어제 (10/23 음 구월 보름) 가야산 해인사에 다녀왔습니다. 이즈음이 가야산에 단풍이 한창일 때입니다. 이른바 만산홍옆 즉, 붉은 단풍 잎들이 온산에 가득하다는 정경을 보았습니다. 가야산 입구의 홍류동紅流洞 계곡 즉, 붉은 흐름을 보이는 개울로서 봄에는 꽃이, 가을에는 단풍잎이 떠내려가는 모양으로 이름을 붙인 곳인데, 그곳에 고운孤雲 최치원이 세상을 버리고 스며들어 머물던 농산정聾山亭이 있지요. 50년전 이곳에 들어설때는 늦가을로서 대부분의 나무잎은 떨어졌고, 늘푸른 소나무만 가득하였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튼 처음 해인사를 찾던 추억과 그곳에서 6년정도 머물었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초대 주한프랑스대사 로제 상바르씨가 고향에 돌아가 죽으면서 한 유언, "내가 죽으면 나의 유골 재를 한국 해인사에 뿌려 주기 바란다" 에 따라 그의 재를 홍류동에 뿌렸다는 사연을 음미하며, 가야산의 아름다움과 해인사의 영성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은법사 스님의 30주기 추모식과 문도회의를 마치고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차안에서 최근 발간된 고암스님 관련 논문집과 유고집을 읽으며 옛적을 돌아보고 되새김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서울에 돌아오니 저녁 6시반이나 되었더군요.
밤 7시 정도부터 시청 근처의 음식점에서 10여년 인연이 있던 "희나리" 즉, 희망을 나누는 이들 모임에 참석하고, 곡차도 마시며 오랜만에 낯익은 얼굴들과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다들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도, 각박한 현실 속에서 우정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연말의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내년에 또 보자는 기대감으로 헤어져서 대각사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곧 이곳에서 공양을 하고, 샌프란시스코로 가기위해 인천공항행 전철을 타야 합니다. 떠나기전에 한번 보자는 몇사람을 못 보고 가서 미안하지만, 항공관계상 우선 고성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두루 평안하시기를 빌면서, 두손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