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불교>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온전한 광복에 대한 성찰과 염원
늦더위 속에서도 시원한 초가을을 내다보는 팔월입니다. 보통 한국 동포들에게는 팔월이 언급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광복절(光復節)”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이 말의 뜻을 곧바로 새겨보면, ‘빛을 다시 [찾은] 계절(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는 역사적으로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의 무도한 침략과 점령으로 고생하던 한국(조선)인들이, 제이차세계대전 및 태평양전쟁의 결과로 일본이 패전하고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함으로서, 식민지 통치식의 부당한 압제로부터 조국의 해방을 맞게 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곧, 민족 전래의 빛을 잃게 되어서 어둡고 괴로웠던 시절에 일제의 어둠이 물러가고 본래의 빛을 되찾았음을 가리키는 말로서, 역사적 문맥으로 보아 여기에서의 빛은 국권 즉, 국가와 민족의 자주와 독립적 고유 권리를 한 때나마 뺏겼다가 되찾았음을 뜻합니다. 지난 6월말에 판문점에서 남북한과 미국의 정상들이 만나서 평화와 우의를 다지는 회담이 있었는데, 이는 남북한 주민들은 물론, 세계적인 주목과 관심을 일으켰습니다. 벌써 우리들이 광복절을 기려온 지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광복의 참된 뜻과 그 실현에 대하여 국민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반성과 다짐을 새롭게 해 볼 때입니다.
한 국가 성립의 기본적 요소로서 영토와 국민 및 헌법과 정부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국권을 회복한다함은 우리의 국토와 국민 및 헌법과 정부를 온전히 주체적이며 독립적으로 확보하고, 인권과 자유를 자율적으로 누리며 우리의 이익과 행복을 독자적으로 추구해 나갈 수 있음을 가리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방이후의 상태를 보면, 외면적으로는 우리의 국토의 기본인 한반도가 북위 38도선을 중심으로 나뉘어졌고, 국민과 헌법 및 정부도 분립되어, 한 국가처럼 자유로운 소통과 왕래가 되지 못하였으며, 내면적으로는 6.25전쟁이후로 남북이 서로를 적대시하고 대결국면을 이어오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세계 최대의 국제기구인 유엔에도 각각 따로 독립국가로서 가입되어 있고, 각각의 헌법에 의한 다른 이념 체제의 독립정부를 세워, 다른 국호와 국기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는 애초부터 광복절을 기리기에는 불충분하고 부적합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아 지나치지 않을 줄 압니다. 최소한도 일제 강점이전의 국토와 국민공동체의 회복이 전제되고, 국민들이 그 영토 안에서는 아무런 장애와 구속이 없이 교통하고 주거하며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면서 행복 추구를 위한 국가의 운명을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객관적으로 광복되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년에 기미년 3.1독립선언기념 및 대한민국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진행되어 오고 있음을 봅니다. 광복을 계획하고 진행해 온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줄 압니다. 이른바 해방이 되면서, 3.1운동의 연장선상에서 같은 해에 세워진 임시정부를 잇는 정식의 정부가 한반도를 아울러 독자적으로 단일하게 성립되었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우리와는 의논과 합의 없이 연합국 임의대로 미국과 소련 군대들을 남북으로 진주시켜 그들에게 유리하고 용이한 정부를 세움으로서 광복의 기쁨은 그로부터 분단의 슬픔으로 바뀌게 되었지요. 통일국가 건설의 대의를 저버리며, 각각 미국과 소련에 의존한 이승만과 김일성 무리들이 자기들의 욕심에 따라 지역적인 국가를 따로 세우는데 노력함으로부터 분단은 고착되었고, 그로부터 수많은 동족상잔의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언제라도 역사적인 공과를 엄정하게 따져보고 그 책임을 물어야겠지요. 그를 교훈삼아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합니다.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세계적인 냉전과정에서 한반도가 그들의 각축장이 되었고, 우리 민족은 불행하게도 6.25전쟁을 통해 엄청난 파괴와 고통을 받았습니다. 남북 양측 모두 수백 만 명의 사상자와 수천만 이산가족의 슬픔을 겪었습니다. 그 전쟁은 온전하게 정상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하였고 아직도 휴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종전과 강화 및 상호존중과 이해증진의 작업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내와 국제적으로 명실상부한 광복을 성취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의 땅을 밟았습니다. 그동안 전쟁 당사국 대표로서, 남한의 현직 정상들이 미국과 북한 및 중국과 러시아(소련)를 해당시기에 다소 외교적으로 방문하였었고, 북한의 정상들도 중국과 러시아와 한국을 경우에 따라 부분적으로 방문하였었지만, 미국의 현직 정상이 북한에 들어서기는 처음이었지요. 북한의 정상은 아직 미국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정상이 북한 정상을 자국 방문에 초청하였다하니, 만약 그 일이 실현된다면 또 하나의 역사적 계기가 될 줄 압니다. 양국 정상의 소통과 회담 및 상호 방문으로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수립되면 한반도 평화 통일과 공동번영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것입니다. 나아가 한반도 주변국들 모두 관련 상황을 대승적으로 이해하고 이 지역발전에 동참하고 협조한다면,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이룸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한반도의 남북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평화적 통일을 이룸에 있어서 외형적인 정치와 경제적 통일도 중요하지만, 내면적인 사회 문화적 통일이 실질적으로 필요하며, 그 방면에서 종교인들의 역할이 크게 기대됩니다. 남북한의 민족정신과 역사 문화적 동질성의 회복은 물론, 자비와 배려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주변국 종교인들과도 협조하여 해당 정치인들이 정략적인 추구를 넘어 인도주의적인 접근을 하도록 충고하고 지원할 수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불교인들의 동참과 솔선수범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남북한의 종교 문화적 사정을 보면, 다른 종교계보다 불교계에 더 많은 역사적 자산과 동질성 회복의 가능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한에서 그러하듯, 북한에서도 사찰과 역사적인 불교문화재가 다분히 건재하고, 특히 불교의 비폭력 자비사상과 평화 및 통합의 선례들이 좋은 영감을 주고 일체감을 이루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삼국 통일의 기본 이념도 불교 사상에 바탕을 둔 것이었음을 되새겨 봄직 합니다. 과거의 역사가 보여 주듯이, 민족의 평화적 통일과 조화로운 공동번영을 이루게 함도 불국정토실현과정이라는 대승적 불사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중을 계도해 나갈 불교 수행자와 지도자의 시대적 각성 및 사명감의 고취가 촉구되는 때입니다.
금년에 음력으로 칠월보름은 광복절과 겹쳐져 있는데, 불교계에서는 우란분절 또는 백중으로 알려진 명절입니다. 선조들을 추모하고 감사하며 명복을 빌기도 하고, 재물과 수행공덕을 나누며 보시를 합니다. 아울러, 크고 작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자자(自恣) 즉, 서로 참회하고 충고하며 탁마하는 날입니다. 불자들은 이제 각자의 수행과 생활을 돌아볼 뿐만 아니라, 가정과 국가사회 및 지구촌의 상황을 검토하며, 물질주의가 횡행하는 어두운 시절에 정신문화와 사회정의 구현의 횃불이 되고, 인간성의 빛을 잃어가는 세상에서 지혜와 자비의 빛을 회복하는데 솔선수범하여, 한반도에서의 온전한 광복을 이루고 나아가, 온 누리를 밝히는데 나름대로 한 몫을 하려는 성찰과 원력을 키워나가기를 빕니다. 도반 독자 여러분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온전한 광복에 일조하는 보람이 크기를 축원하며, 고성에서 비구 진월 향을 사릅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제존 보살 마하살!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