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에 대설절(12/7)이 있었고, 다음주 중에는 동지절(12/22)이 옵니다. 대설절기에도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는 큰 눈을 볼 수 없었지만, 멀지 않은 시에라 산맥이나 타호 호수 주위에는 벌써 눈이 많이 내려 쌓였고, 스키장이 호황을 누리는 줄 압니다. 동지절이 지나면서부터는 새해의 시작입니다. 밤이 길고 어두움이 깊어지다가는 낮이 자라나고 밝음이 커지면서, 겨울의 끝은 새봄임을 일깨웁니다. 무엇이든지 그 진행 방향의 끝에서는 새로운 반전의 시작을 보게 됨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등산의 경우에도 절정에서는 잠시 머물다가 곧 내려올 수밖에 없는 경우와 같이, 또한 내리막길에서도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가게 됨은 상식입니다. 소우주라는 인간의 살림살이도 대우주 자연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사다난했던 지는 해를 마무리 하며, 희망의 새해를 맞을 준비에 바쁜 시절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쉬움과 설레임이 적지 않지만, 여러 이웃과 친지 등, 더불어 살아가는 크고 적은 모임과 인연들이 함께 정을 나누는 분위기가 추위 속에도 따뜻함을 느끼게 합니다. 한국에서는 지난주부터 수행자들이 동안거를 시작했습니다. 이 곳에서도 각자 머리는 서늘하고 가슴은 따뜻하게, 합리적 지성과 자비의 감성으로, 자기의 존재와 살림살이를 새삼 성찰하고 챙겨보는 성숙의 계절입니다.
인도와 스리랑카, 미얀마와 태국 등, 추운 겨울이 없는 아시아 남방불교나라에서는 수행자들이 여름철에만 우기동안 석 달 정도 하안거 정진을 해왔지만, 중국과 한국 등, 겨울이 있는 동북방불교나라에서는 설한기에도 동안거를 하며 산문 출입을 자제하고 수행해온 전통이 있습니다. 이른바, 부처님의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에서 볼 수 있듯이, 눈 덮인 산속의 동굴이나 나무 밑의 좌선 수행자 모습은 생존의 극한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불퇴전의 금강석 같은 굳은 수행결의를 표현한줄 압니다. 그래서 남방과 달리 북방에서는 싯달타 태자의 항마성도절(降魔成道節)절을 음력 섣달 초여드레로 기려온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동지가 지났어도 추위는 오히려 잠시나마 더하지만, 가장 추운계절에 마음과 정신을 다잡아, 온갖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유혹을 극복하고, 인간과 우주의 진리 즉, 법성을 깨닫고 궁극적 목적의 달성을 보여준 싯달타의 용맹정진은 불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사표가 되어 왔다고 봅니다. 무지의 어둠과 냉혹한 추위를 이기고, 위없는 지혜와 한없는 자비를 이루어, 뭇 생명을 깨우치고 보살피신 부처님의 크신 은혜를 새삼 되새겨 보면서, 거룩한 그분의 가피 속에 수행도반들과 독자친지들 두루 건강평안하고 수행정진에 보람이 크기를 축원하며, 새해에는 더 밝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나름대로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은 지난주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판 종교란 컬럼 전재)
지난 9월1일부터 시작하여 매주 토요일 오후 (9월중에는 금요일 오후)에 산호세 수선회 선방에서 진행해온 "담선법회"가 이번주말 (12/16)로 100일간 정진을 마무리 하고, 새해부터는 새로운 방법의 시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동안 담선법회에 관심을 보이시고 동참하신 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합니다. 혹시 계속 참석하지 못한분들도 틈이 나시면 이번 토요일 오후에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고 의논이 있기를 바라며 초대합니다. 이후 새해부터는 매월 첫째 토요일 오후만 산호세 선방에서 담선법회를 갖고, 셋째 토요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리버모아 고성선원에서 철야 특별 참선정진과 산상수훈법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아울러 고성 산중에서 주말 캠핑이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및 동참을 기대합니다. 진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