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입선(捨敎入禪)’ 의 맥락을 되새겨 봄
참선수행(參禪修行)을 으뜸으로 삼고, 그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문구로 사교입선 즉, ‘교학(敎學)을 버리고 참선수행에 들어감’을 뜻하는 말이 있다. 그 용어의 배경과 취지는, 많은 불교인들이 교학 즉, 불교의 학문적 공부를 통해 지식을 넓히고 이론을 세우는 일에 치우쳐서, 정작 그 지식과 이론의 목적 즉, 깨달음을 이루는 데에는 소홀하고, 그 방법론에 매몰되어 궁극적 성취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비판하며, 그 병폐를 극복하고자 이른바 ‘알음알이’수준을 넘어 참선을 통한 깨달음의 체험을 강조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이는 해당상황에서 정말로 필요하고 유익한 제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용어의 두들어진 사용은 한국 조선중기의 청허 휴정선사를 중심으로 선중심적 경향이 풍미하던 시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학은 선수행의 사전단계로 보고, 그를 넘어서 향상 진보를 촉구하고 격려하는 입장에서 쓰였던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불교 전통 ‘이력과정(履歷過程)’ 교육기관이었던 강원(講院) 즉, 불교 경전과 문헌을 강의하는 전문기관이 있었는데, 근래에 승가대학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는 참선수행기관인 선원(禪院)에 비교되는 바, 본사 수준의 큰 절이나 특수사찰에서 운영되어 왔다. 실제로 한국에 수 천 개의 사찰이 있지만 강원이 있는 사찰은 십여개에 불과하다. 교과과정은 통상 4학년으로서, 일학년에는 수행자의 기본으로 『치문(緇門)』, 이학년에는 사집(四集)으로 『서장(書狀)』, 『도서(都序)』, 『선요(禪要)』, 『절요(節要)』, 삼학년에는 사교(四敎)로 『능엄경』, 『기신론』, 『금강경』, 『원각경』, 사학년에는 『화엄경』을 주교재로 사용한다. 그 가운데에서 일학년과 이학년 교재의 내용은 거의 선수행과 관련이 있는 책들이며, 삼학년과 사학년에서 공부하는 경전들도 모두 깨달음을 강조하는 책들이다. 대학원 과정으로 볼 수 있는 수의과(隨意科)에서는 『전등록(傳燈錄)』과 『선문염송(禪門拈頌)』등, 선종의 문헌을 주교재로 사용한다. 비록 강원이지만, 교육 기조는 깨달음과 수행에 관련된 자료를 가르치고 연구하게 한다. 만약 그 교재를 진정으로 잘 이해하고 주체화하는 학생이라면, 졸업이후에 참선수행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줄 안다. 즉 ‘사교입선’을 당연히 실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을 졸업한 스님들이 선원에 가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대부분의 선수행자들이 교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선원으로 가서 참선을 시작하는데, 선원에서는 묵언을 강조하고 정작 선수행에 대한 체계적 교육과 안내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사교입선’에서 ‘사교’할 것도 없이 바로 ‘입선’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참선 수행에 대한 기본적 소양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수행을 흉내 내는데 머물고, 제대로 수행하여 성과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현실에 반성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교학을 통해 수행 목표와 내용을 알며 수행방법을 제대로 배운 뒤에, 직접 실행하여 체험하는 정상적인 과정을 겪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수행을 한다면서 시간을 보내봐야 목적을 성취하지 못하며, 마침내 보람 없이 회의와 좌절에 빠지게 되어, 자신은 물론, 성공을 기대하던 이들에게도 실망과 불신을 주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지 않아야겠다는 것이다.
다른 곳 보다 물질문명의 첨단을 걷고 있는 이 지역의 많은 지성인들과 각계의 전문가들이 마음공부에 관심을 두고, 참선 또는 명상 수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새롭게 참여하려는 이들이 늘어남은 다행스러우며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참선에 대한 올바른 안내를 하는 인사나 기관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요즈음, 수십 년 동안 수행하고 교육해온 경험을 나누며, 참선에 뜻을 가진 이들에게 선수행의 본질과 역사 및 문화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하고, 참선의 방법과 진행에 대한 지도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안내자와 도반이 되어,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좋은 인연을 기대하며, 선법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축원해 마지않는다. 고성선원에서, 진월 (jinwollee@gmail.com)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