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니, 입동 절기를 알려주고 있어, 어느덧 겨울의 문턱에 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저물녘에 이르러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제 이 해를 마무리 짓고, 새해맞이를 준비할 때인 줄 압니다. 옛적부터 겨울은 가을의 수확을 갈무리 하며 새봄을 예비하는 기간이라고 하지요. 옛날 농경시대의 문화처럼, 어느 일터에서이건 봄과 여름동안 들이나 어느 직장에 나가 애써 뿌리고 가꾸는 일을 하고서 가을에 노동의 열매를 거두고는, 좀 쉬고 집안 살림을 정리하며 내공을 쌓는 시절이 겨울이겠지요. 바쁘게 일하느라 방전이 된 상태를 쉬면서 충전을 해두는 때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는 천지의 운행과 계절의 순리로서 자연의 이치이며, 인간도 그에 따라 맞추어서 살아감이 평안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에서는 이무렵 일조시간에 따른 시간변경을 하여, 이른바 ‘데이라이트새이빙타임’ 또는 ‘썸머타임’ 으로 1시간 앞당겼던 것을 되돌려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갑니다. 이달 하순에는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이라 하여,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며 한해 수확을 기뻐하는 잔치를 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무렵 김장을 담그며, 겨울나기를 준비하지요. 절에서는 특히 산중의 선원에서는 겨울 안거 석 달 동안 먹을 김장을 위해 결제 전에 대중 운력으로 김장을 담글 뿐 아니라, 건물 지붕을 보수하며 창문에 문풍지를 달고 눈보라와 찬바람에 대비하지요.
따듯한 잠자리와 두툼한 옷을 갖추고, 먹고 마실 음식이 넉넉한 사람은 겨울이 와도 걱정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고생과 불편함이 크겠지요. 지난 여름에 태풍과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택사스 등지와 프에르토리코 주민들은 가옥파괴와 재산피해로 무너진 생활조건들이 복구되었는지 걱정입니다. 근래 북가주 일대의 산불로 수 십 명의 주민이 사망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 천 채의 집들이 불타버렸는데, 그 지역의 복구는 어찌 되어가며, 피해자들의 생활은 어찌 꾸려지는지도 걱정입니다. 국가 정부기관과 공공시설들이 도와주고 있겠지만, 이웃들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줄 압니다. 비록 충분한 물질적인 지원을 못하더라도 재난 패해자들과 불우한 이웃들에게 사랑과 자비의 마음은 잃지 말아야겠지요. 불교에서 강조하는 자비란, 이웃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고 슬픔은 함께 슬퍼함을 가리킵니다. 이웃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면 그 기쁨은 몇 배로 커지고 공덕이 되며, 슬픔을 함께 하면 그 슬픔은 몇 분의 일로 줄어들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겨울을 앞두고, 얼마 남지 않은 해를 장 정리하며, 독자 모두 개인과 가족의 건강 및 안정에 유념함은 물론, 이웃과 공동체도 함께 따듯하게 지낼 수 있도록 염려하며 사랑을 나누는 기쁨이 크기를 빕니다. 겨울은 참선 명상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우리의 내면세계도 잘 다듬고 가꾸며 알차게 영글도록 할 때입니다. 자신의 본래 성품을 살피고 영원한 진리를 찾는 즐거움 크시기를! 고성선원에서, 비구 진월 합장
(이 글은 이번주 한국일보 종교란, 칼럼에 기고했던 것을 옮긴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