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馬祖 도일道一
<전등록>에 전하기를, 선사는 한주漢州 십방 출신으로 성은 마馬씨이다. 용모가 기이하고 행동은 소같이 느긋하였으나 판단은 호랑이 같이 날카로웠다(牛行虎視)고 하며, 혀를 내밀면 코를 덮고 발바닥에는 두 개의 바퀴 무늬가 있었다. 어릴 때에 자주資州의 당唐 화상和尙에 의하여 득도하게 되었고, 유주의 원圓 율사律師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당나라 개원開元 연간에 형악衡嶽의 전법원傳法院에서 선정을 익히다가 회양선사를 만났는데, 같이 공부한 아홉 사람 가운데 홀로 심인心印을 이어받았다. 처음에는 건양현建陽顯 불적령佛迹嶺에있더니 임천臨川으로 옮겼다가 다시 남강南康의 공공산龔公山으로 갔고, 대력大歷 시대에는 개원정사開元精舍에 머물렀는데, 당시 대장군(連帥) 노사공路嗣恭이 덕화를 전해 듣고 사모하다가 몸소 와서 종지를 받으니, 그로 말미암아서 사방의 학자들이 그의 법좌 아래로 모여들었다.
어느 날 대중에게 “여러분, 제각기 자기 마음이 부처임을 믿으시오. 이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오. 달마대사께서 남천축국으로부터 중국에 오셔서 일심의 법을 전하여서 그대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셨고, 또 <능가경>의 경문을 인용하여 중생의 마음자리를 인印치셨으니, 그대들이 스스로 믿지 않을까 걱정하셨기 때문이오. 이 마음의 법은 제각기 갖고 있으니, 이 때문에 <능가경>에 말씀하기를 ‘부처님의 말씀은 마음을 으뜸으로 삼고 문이 없음을 법문으로 삼는다고 한 것이오.” 라고 깨우쳤다. 또 “무릇 법을 구하는 이는 마땅히 구하는 바가 없어야 한다. 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없고, 부처 밖에 따로 마음이 없나니, 삼계三界는 오직 마음뿐이요, 삼라만상은 한 법이 찍어낸(印) 바이다... ...무릇 보이는 것(色)은 모두 그것을 보는 마음의 작용이지만, 마음 스스로 마음이라 하지 못하고 색을 말미암기 때문에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대들은 다만 때에 따라 말할지니, 그대로가 사事이고 그대로가 이理여서 결코 걸리는 바가 없다. 보리의 도과道果도 이와 마찬가지이니... ...만일 이 마음을 요달하면, 때에 따라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면서도, 성인의 태胎를 기르면서 운運에 맡겨 세월을 보내게 되리니, 그밖에 다시 무슨 일이 있으랴?” 하며 “심지心地서 때에 따라 말을 하나니(心地隨時說), 보리菩提도 또한 편안 할 뿐이로다(菩提亦只寧) 사事와 이理 둘 다 모두 걸림 없다면(事理俱無礙), 태어남 다름 아닌 불생이리라(當生卽不生).”라고 게송을 전했다.
어떤 스님이 마조께 “화상은 어찌하여 마음이 곧 부처라 하십니까?” 물으니,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니라.” 답했고, “울음을 그쳤을 때는 어찌합니까?” 하니,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니라.” 하고, “이 두 가지를 제외한 사람이 오면 어떻게 지시합니까?” 하니, “그에게 물건도 아니라고 말하리라.” 하였다. 제자들과의 수많은 문답이 전해온다.
정원貞元 4년 정월에 건창建昌의 석문산石門山에 올라가서 숲속을 거닐다가 골짜기의 평탄한 곳을 보고는 시자에게, “나의 썩을 몸이 다음 달에 이곳에 귀속하리라.” 말하고 돌아와서, 2월 4일에 가벼운 병기를 보이고는, 목욕을 마치고 가부좌로 앉아 입적하였다. 원화元和 때에 대적선사大寂禪師라고 시호가 추증되었고, 탑호를 대장엄大莊嚴이라 하였는데, 지금도 해혼현海昏縣에 영당影堂이 있다. 대사에게 입실한 제자가 139명인데, 제각기 한 지방에서 종주宗主가 되어 한량없는 교화를 펼쳤다.
진월이 찬탄 첨부한다
뚜렷한 심지법문心地法門 이理와 사事 갖추시고,
불심佛心의 말달림은 천지에 자재하사.
선종을 널리 펼치신 대장엄의 마조사馬祖師 !
중국 선종의 초조 보리달마 선사로부터 오조 홍인선사까지 조촐하게 전해지던 선법이 육조 혜능선사에 이르러서 전법의 확대로 그 든든한 토대가 마련되었는데, 마조선사 시대에 선종의 전통이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큰 규모로 널리 확장되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선종전래는 대부분 그분의 제자들로부터 비롯되었기로 특별한 주목이 필요합니다. 마조대사의 출가와 초기 수행시기에 신라의 왕자출신 정중사 淨衆寺 무상無相선사(684-762)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고 전해지기도 하는 데, 이에 대하여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아무튼 마조선사는 한국 선종의 연원과 전통의 역사에서 비조 鼻祖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위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