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및 베삭절을 기리며.
친애하는 불자 여러분, 동포 여러분, 지구촌 친구 여러분, 안녕하세요. 삼가 자비와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 우리는 “부처님오신날”로 알려진 음력 사월초파일 즉, 석존(석가모니불)께서 이 세상에 오셨음을 기리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한국에서는 국경일로서 수일에 걸친 연휴가 시작되는 한민족의 축제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동남아시아 전통에서는 베삭절 즉, 음력 사월보름에 석존의 탄생과 성도 및 열반을 함께 기리고 있고, 그래서 1999년 유엔총회에서 UN Day of Vesak (UNDV)을 결의하여 2000년도부터는 유엔이 주도하여, 전 세계적으로 함께 기리고 있습니다만, 중국과 한국 등지의 동아시아에서는 2000여 년 전부터 탄생과 출가(음, 이월 초파일), 성도(음, 납월 초파일), 열반(음, 이월 보름)을 따로 기려오고 있는 귀중한 역사적 전통으로서 모두 함께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여, 오늘부터 일주일간을 “부처님 주간 Buddha Week"로 삼아 봉축하면 좋을 줄 압니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는 1600여 년 전 신라와 그 뒤를 이은 고려시대로부터, 이날을 불탄절로서, 민족이 하나 되어, 낮에는 사찰을 중심으로 불공과 법회를 열고, 저녁에는 사찰은 물론, 가정 및 마을 저잣거리에도 등불을 널리 아름답게 밝히며, 삼보 즉, 부처님과 그 가르침 및 스님들을 기리고 감사를 표하며, 승속이 함께 자축하는 즐거운 잔치 마당을 열어왔습니다. 근래 그 전주부터 펼쳐지는 연등축제는 민족의 국가적 전통 무형문화재로 인식되고 육성되어 왔으며, 이 무렵에는 유럽인들을 포함하여 지구촌 여러 곳에서 이 축제의 장관을 보고자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금년에는 코비드-19 팬데믹이 창궐하여, 태국에서 거행하려던 UNDV 국제행사도 취소되었고, 한국에서는 윤사월 초파일로 관련행사를 모두 연기하였음에 아쉬움이 큽니다. 지금은 어서 코비드 상황이 안정적으로 해결되고, 모든 지구촌의 시민들이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기를 축원하며 기도할 때입니다.
불자와 시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코비드-19로 말미암은 이즈음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현대 과학 기술을 이용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각자 있는 곳에서 동참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버츄얼 불탄절 봉축법회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부처님오신날’을 기리는 취지를 되새겨 보아야 하겠습니다. 부처님이 어떤 분이고, 왜 우리가 그분을 기리며, 그 방법은 어떠하여야 바람직할까를 새삼 생각해 봅시다. 부처님에 대한 개념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지만, 먼저 상식적인 이해로 접근해 보면, 인류 역사 속의 한 실존인물로서, 인도 지방 북부 즉, 지금의 네팔 룸비니에서, 2664년 전에 석가족의 카필라왕국 태자로 탄생하여서,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성도하고 80세에 입적하신 분으로 보통, “석가모니(석가족의 성자) 부처님”으로 불리는 불교의 창시자를 가리킵니다. 남방 상좌부 전통에서는 ‘부처님’하면 오직 이분을 의미하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유일한 불상은 이분 즉, 석가모니 불상뿐입니다. 후대 사회 민중의 감성적 요구에 맞추어서 발전한 대승불교 전통에서는 부처님 사상을 확대 적용하여,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미륵존불 등등의 수많은 부처님을 창조하였고, 생사와 오고감이 없는 영원한 진리의 법신불(法身佛) 비로자나와 중생들에 맞추어 역사 속에 나타나신 화신불(化身佛)로서의 석가모니를 상정하여 왔습니다. 아무튼,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역사적인 불교는 석가모니로 부터 비롯되었기로, 우리는 부처님 이해에서 항상 그분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러분, 그러면, 왜 부처님을 인류적으로 기념할 필요가 있을까요? 석존이 태어날 당시의 인도 사회는 고대 왕조 시대였고, 종교적으로는 부라만교 즉, 부라만 신이 세계와 인간을 창조했으며 주재한다는 세계관과, 그 신에게 헌공하고 기도하며 빌어야만 복을 받고 나중에 천상이나 귀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소박하고 우둔한 인생관과 가치관을 갖고 살았던 세상이었습니다. 석존은 싯다르타 왕자로 태어나서 호의호식하며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처지였는데도 불구하고, 신분을 막론하여 그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과 생명들이 태어나면 누구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진실과 만들어진 모든 것은 언젠가는 부서지고 사라진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느꼈으며, 그 근본적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수행을 위해 왕위와 처자를 포함한 주어진 모든 것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출가하여 궁극적 진리를 깨닫고 해탈의 절대적 자유를 성취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자기 자신만의 자유와 행복에 머물지 않고, 당시 민중이 겪는 실존적 및 사회적 질곡과 고난으로부터 구제하고 해방시키기 위하여 45년의 긴 여생을 80노령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지혜로 깨우치며 자비의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그를 따르는 출가 수행공동체 및 일반사회인들에게도, 태어날 때의 신분차별이나 사회적 제도의 불평등한 부조리를 비판하며, 누구나 그분처럼 성불할 수 있음과 생명의 평등 및 행복의 가능성을 설파하셨습니다. 2500여 년 전에 벌써 요즈음 우리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평등 및 대동 복지사회의 이상을 보이셨고, 개인적 살림살이의 가능성은 각자 하기에 달렸으니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가장 진보적이고 보편적인 인권과 자유의 가르침이며, 민중과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세계평화를 위한 자비와 행복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와 뭇 생명을 위한 그 선각적 지혜와 자비를 베푸신 어버이 같은 스승님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불자 및 시민 여러분, 그러면 우리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어떻게 석존 그분을 기려야 할까요? 현재 우리 모두는 재래식으로 사찰이나 어떤 대중처소에 모여서, 전통적으로 음식을 많이 차리고 제단을 아름답게 꾸며서 외형적으로 큰 축제 분위기를 띄울 상황이 아닌 줄 압니다. 이러한 환경조건에서는 우리가 부처님의 제자나 후예로서, 그분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수행 실천할 것을 다짐함이 부처님이 가장 기뻐하실 것이며 기대하실 줄 짐작합니다. 이를테면, 자손들이 부모님이나 조상님 또는 스승님들께 효도와 존중을 보이려는 행사를 할 때에, 어른들은 다만 한 때에 많은 음식을 차리고 꽃이나 등으로 장식하며, 요란한 의식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기 보다는, 평소에 그분들의 가르침과 뜻을 잘 따르며, 사회적으로 칭찬과 호평을 들을 수 있는 바, 각자의 도리와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훌륭한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와 노력에 정말 기뻐하고 만족해하는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우리들의 착한 마음과 진실한 신행 자세를 보시고 좋아해 하시지 않을까요? 오늘 산승 저 스스로 솔선하고자 하며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먼저 그 동안 공부나 수행에 게을렀거나 알고도 제대로 행하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실천하며, 자신과 더불어 세상에 유익한 삶을 살아 가리라고 발원하고 다짐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나와 나의 물건이라고 주장할 수 없도록 수많은 인연의 덕분으로 살아감을 깨닫고, 이웃과 세상을 나와 한 몸처럼 여기며, 다른 이의 괴로움과 기쁨을 나의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기를 서원합시다. 끝으로 마음의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히며, 역병과 혼란으로 어두워진 세상을 밝히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시다. 다함께 여래 십호를 염송하기를 청하며, 드리는 말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나무 석가모니,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 마하반야바라밀! 고성에서 진월 올림.
***이상의 글은, 시차로 말미암아 한국에서는 이미 초파일을 맞아 행사를 할 것으로 알고, 폐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