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9-12 05:58
9.11. 유감
 글쓴이 : dowon
조회 : 2,411  

오늘 (9.11) 아침, 뒷산에 오르는 길에 만난 할머니와 잠시 나눈 이야기 가운데 20년전 오늘의 기억과 그 이후의 상황전개에 대하여, 그 테러에 대한 대응의 정책적 선택의 장단점에 관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어제와 오늘, 미국을 포함한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20년전의 충격적 사건과 관련한 기념 행사와 정치 사회적 지도자들의 언급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줄 압니다. 어제 인터넷을 통해 읽은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의 권정희 논설위원의 글이 공감되어 아래와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9.11테러 그리고 20년>

화요일 아침이었다. 출근 전 TV를 켜니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 화면을 메웠다.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광경 - 하지만 현실이었다. 자살 테러범들이 비행기를 몰고 돌진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110층 쌍둥이 빌딩이 화염에 휩싸이고, 뒤이어 무너지고, 워싱턴 D.C.에서는 광활한 펜타곤 건물 한쪽이 붕괴되었다. 초강국 미국 땅에서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심장부가 테러를 당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사태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이날 테러로 희생된 인명은 무려 2,977명. 가족을 잃은 슬픔과 애도의 물결,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싶은 불안과 두려움, ‘누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라는 분노 그리고 아픔. 미국은 거대한 감정의 도가니였다. 해일처럼 치솟은 감정의 바다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정점을 찍었다. ‘테러와의 전쟁’ 선포였다. 테러범들과 대화는 없다, 행동이 있을 뿐이라는 부시의 선언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테러주범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원 인도를 거부하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면서 부시 지지도는 90%까지 치솟았다. 보복과 응징의 일념으로 미국은 단합했다. 미국이 하나로 뭉쳤던 흔치 않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전쟁은 20년이나 지속되며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키고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날리며 실패로 끝나고, 미국은 지금 역사상 흔치 않게 분열되어 있다. 20년 전 그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까. 전 국민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빠져있을 때 지도자는 그 너머를 보며 이성적 판단을 해야 했던 게 아닐까.

   결말을 미리 본 드라마처럼, 당시의 맹목적이고 호전적인 결정들을 돌아보면 안타깝고 씁쓸하다. 모두가 한쪽으로 치달을 때 용기 있게 그 반대편을 보는 균형의 시각이 있었어야 했다. 아프간 전쟁이 한정 없이 길어지고 9.11 테러와 무관한 이라크를 공격한 배경에는 대통령에게 거의 무제한 무력사용을 허용한 연방의회의 ‘군사력 사용 권한부여(Authorization for Use of Military Force)’ 결의안이 있다. 테러에 가담하거나 관련된 개인, 나라, 조직 응징을 위해 대통령은 필요하고 적절한 모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쟁의 장소도 기한도 제한하지 않았다. 9.11 테러 사흘 뒤에 진행된 표결에서 결의안은 일사천리로 가결되었다. 상하양원 통틀어 반대표는 단 하나, 하원의 바버라 리 의원(민, 가주)이 유일했다. 리 의원은 하원 본회의에서 호소했다. “나라가 애도 중인 지금 누군가는 신중해야 한다. 한발 물러서서 잠시 멈춰 보자. 사태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오늘의 결정이 내포하는 바를 찬찬히 생각해보자.” 그의 신중론은 당시 국민정서에 정면으로 거슬렸다. ‘반역자’ 비난과 살해위협이 쇄도해 경찰의 신변보호가 필요했을 정도였다. 9.11 테러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빈 라덴이 대미전쟁을 선포한 것은 1998년이었다. 이스라엘을 감싸며 중동문제에 깊이 관여하는 미국을 그는 ‘뱀의 머리’라고 증오하며 미국인을 죽이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고 설파했다. 또한 미국은 “더 이상 합중국이 아니라 주들로 갈라지고, 미국의 아들들은 시신으로 귀환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빈 라덴의 위험성을 미국 정보기관들은 익히 알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CIA와 FBI는 그를 위험인물로 지목하고 백악관이나 의사당 같은 국가 상징물, 월스트릿 같은 미국 자본주의 상징물이 테러 타깃이 될 위험성을 극비리에 경고했다. 문제는 두 기관이 경쟁의식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 그래서 영어도 모르는 테러범들이 테러 1년 8개월 전부터 미국에 와서 비행기 조종기술까지 익히도록 정보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었다. 빈 라덴은 2011년 제거되었지만 그의 저주는 묘하게도 지금 미국의 현실이 되었다. ‘테러와의 전쟁’ 분위기에 편승해 백인우월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민주 공화 양측은 대화가 불가할 만큼 양극으로 갈라졌고, 미국의 아들딸들은 불과 며칠 전에도 시신으로 돌아왔다. 카불공항 자살폭탄테러로 희생된 13명의 군인들이다. 대부분 스물 갓 넘은 나이로 9.11 테러 당시 갓난아기였던 그들은 역사의 수렁에 발목이 잡혀 피어보지도 못한 채 삶을 마감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조직만을 타깃으로 삼았어야 했다. 해방군처럼 아프간에 진격하고,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없애겠다며 이라크를 공격할 일이 아니었다. 아프간 국민들이 탈레반의 폭정에 고통 받고, 이라크 국민들이 폭군 사담 후세인을 증오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군을 반긴 것도 아니었다.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깃발을 들고 가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리라는 망상과 무지, 오만이 문제였다. 그로 인해 치른 대가가 너무 크다. 2004년 보고서에서 9.11 위원회는 미국이 도덕적 리더십의 표상이 될 것을 촉구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미국이 자유와 민주, 평등이라는 가치의 상징이 될 때, 그렇게 진정한 리더가 될 때 허접한 테러분자들의 공격은 방지될 것이다. 



관리자 21-09-12 20:46
 
 
 

Total 303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303 송구영신 (1) dowon 06-28 686
302 유알아이, 그대가 나일세! (1) dowon 12-21 1191
301 메모리얼 추상 (1) dowon 11-23 1248
300 무량일념25512 (1) dowon 11-07 1213
299 부처님 오신 달 (1) dowon 10-25 1268
298 워싱턴무량사에서 (1) dowon 10-11 1278
297 설 즐겁게 누리시길! (1) dowon 01-29 1490
296 새해 인사 올립니다 (1) dowon 01-01 1515
295 소설절 즈음 (1) dowon 11-23 1440
294 추석절 축원 (1) dowon 09-17 1881
293 한참만에 문안과 요청 올립니다! (1) dowon 08-19 1586
292 부처님 달에 (1) dowon 05-14 1629
291 송구영신 법고창신 (1) dowon 12-08 1836
290 좋은 11월 되기를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칼럼) (1) dowon 12-08 1687
289 한글날에 즈음하여 (1) dowon 10-07 2007
288 초가을 피리 소리 (1) dowon 09-08 1913
287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 보도 공유 (1) dowon 08-25 1860
286 가을 소식 (1) dowon 08-04 1653
285 비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 (1) dowon 07-09 1863
284 가얏고 율려 멋 (1) dowon 07-07 1831
283 여름 살림 마련 (1) dowon 06-02 1733
282 날마다 귀한날 (1) dowon 05-04 1843
281 지구의 날에 즈음하여 (1) dowon 04-07 1747
280 S.F.한국일보 초목칼럼 <고성통신> 2023.3월분 (1) dowon 03-03 1967
279 출가절에 즈음하여 (1) dowon 02-27 1930
278 프레지덴츠데이 맞는 생각 (1) dowon 02-21 1944
277 2월단상 (1) dowon 02-03 1839
276 새해의 다짐 (1) dowon 01-07 1821
275 성도절에 즈음하여 (1) dowon 12-31 1884
27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베삭절 성명서 (1) dowon 05-23 2161
273 워싱턴 베삭절 (1) dowon 05-23 2227
272 누리벗님들께 (1) dowon 04-03 2177
271 석존과 선열을 기리며 (1) dowon 03-04 2256
270 틱낫한 스님 입적 조의문 (1) dowon 01-26 2326
269 IBAA 소식 (1) dowon 01-14 2397
268 새해 벽두에 (1) dowon 01-07 2372
267 새해 세배 드립니다 (1) dowon 01-01 2121
266 동지절에 (1) dowon 12-23 2260
265 미국국제불교협회 (IBAA) 이사회 소식, 부이사장 (Vice Chairman… (1) dowon 12-07 2500
264 진월 운역(韻譯) <법구경> (1) dowon 11-19 2543
263 자연인의 해바라기 별누리기 (1) dowon 11-05 2400
262 <법구경: 깨침의 노래> 출판 고불식과 나눔 모임 (1) dowon 10-14 2846
261 시월 상달에 (1) dowon 10-08 2593
260 한글주간 소식 (1) dowon 10-04 2303
259 9.11. 유감 (1) dowon 09-12 2412
258 가을 생각 (1) dowon 09-03 2465
257 기후 환경과 건강 문제 (1) dowon 08-11 2515
256 가을의 문턱에서 (1) dowon 08-06 2557
255 7월 유감 (1) dowon 07-04 2466
254 BTN 고성선원 보도 (1) dowon 06-22 2627
253 유월 단상 (1) dowon 06-06 2676
252 문재인 대통령의 부처님오신날 메시지 (1) dowon 05-21 2429
251 천주교인의 부처님오신날 축하 (1) dowon 05-21 2873
250 지혜와 자비심의 불을 밝혀 봅시다 (1) dowon 05-07 2584
249 힘차게 살아가길 다짐해 보세 (1) dowon 04-02 2678
248 봄 비나리 (1) dowon 03-05 2860
247 문재인 대통령 3.1절 기념사 (1) dowon 03-01 2517
246 미풍을 유지하며 즐기시기를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 칼럼) (1) dowon 02-06 2693
245 2021 신축년 대통령 신년사 (1) dowon 01-12 2566
244 SF 한국일보 칼럼 <고성통신>21.1.7. (1) dowon 01-08 2528
243 새해의 문턱에서 (1) dowon 01-01 2580
242 SF 한국일보 칼럼 (1) dowon 10-02 4132
241 추석명절에 (1) dowon 10-01 2802
240 문재인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문 (1) dowon 09-23 3003
239 고성 선원 건재 (1) dowon 09-11 2906
238 고성 선원 산불 소식 (1) dowon 08-31 3130
237 광복회장 기념사 (1) dowon 08-16 2576
236 굉복절 기념 (1) dowon 08-16 2997
235 건전한 일상 꾸리기 (1) dowon 08-07 2929
234 시원함 들이기 (1) dowon 07-03 3618
233 경자년 하안거 시작 (1) dowon 06-07 2783
232 윤사월 초파일에 (1) dowon 05-31 2936
231 어버이님들 기림 주간에 (1) dowon 05-08 2858
230 부처님오신날에 (1) dowon 04-30 2782
229 4.19 기념 (1) dowon 04-20 2916
228 옥련화를 추모하며 (1) dowon 04-08 2910
227 4.3 추념사 (1) dowon 04-04 2895
226 사월을 맞으며 (1) dowon 04-03 3011
225 빌 게이츠의 제언 (1) dowon 03-26 3032
224 2021 사티워크숍 안내 (1) dowon 03-23 2981
223 코비드19를 인연하여 재가 봄철 안거를 해 봅시다 (1) dowon 03-19 2873
222 법정스님 입적10주기 (1) dowon 02-23 2806
221 입춘대길 만사형통 (1) dowon 02-14 2924
220 고성에 돌아와서 (1) dowon 02-14 2531
219 서울 입춘 (1) dowon 02-04 2735
218 국제베삭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for Day of Vesak, ICDV)… (1) dowon 02-01 4705
217 고성 귀환 (1) dowon 01-26 2554
216 붓다가야 수련회에서 (1) dowon 01-13 3363
215 새해에 즈음하여 (1) dowon 01-03 2846
214 적명스님을 추모하며 (1) dowon 12-29 2856
213 세모 황혼에 (1) dowon 12-06 2963
212 고성 설경 (1) dowon 11-28 2691
211 시월 보름달 밝더이다 (1) dowon 11-13 2813
210 조용히 갈무리하는 때를 맞으며 (1) dowon 11-08 2923
209 자연으로 돌아가는 때 (1) dowon 11-04 3548
208 유엔데이 (1) dowon 10-25 2979
207 샌프란시스코 한국주간 (2) dowon 10-06 2829
206 하늘이 열린날에 (1) dowon 10-03 2595
205 종로 대각사 (1) dowon 10-01 2806
204 태국 아유타야 MCU에서 (1) dowon 09-27 2782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