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9-08 01:32
초가을 피리 소리
 글쓴이 : dowon
조회 : 1,870  

**아래글은 오늘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에 실린 산승의 <소성통신>인데 공유합니다.

고성통신   진월 스님/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가을의 상쾌함을 누려보는 9월입니다. 엊그제 여름을 마감하는 풍습의 미국 노동절 연휴가 지나갔고, 한국 달력으로는 선선한 가을 날씨로 해맑게 이슬이 엉겨나는 백로절이 내일로 닥아왔습니다. 한 보름 뒤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절, 삼주후에는 한국의 전통명절 한가위 축제가 시작됩니다. 고국에서는 올해 개천절과의 사이에 있는 월요일(10/2)을 포함하여 일주일 가까이 추석연휴가 벌어지므로 많은 분들이 여유롭게 자유 시간을 즐기려 기대에 부풀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초 중 고 대 각급 학교들이 새학기를 시작하며, 대학팀들을 중심으로 각종 체육경기가 개장하고 있지요. 아무튼, 연중 최적의 기후전개를 맞으며, 더위 속에 방학과 휴가 등으로 느슨해졌던 생활리듬이 분주하게 활동하는 모드로 전환되는 시기인데, 모두들 환절기의 건강에 주의하여야 할 때입니다.

한국일보를 비롯하여 교포언론에 이미 보도되었듯이, 이스트베이한인회 주최 여러 기관들의 후원과 협찬으로 “다민족과 함께 하나되는 한국문화축제 (Korean Culture Festival)”가 지난 금요일(9/1)에 오클랜드 중심가에서 열렸습니다. 버클리에서 오클랜드로 이어지는 중심도로인 텔레그라프와 27가 공간의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축제 마당은 남녀노소가 어울려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으로 가득했습니다. 한사모 청년들의 전통사물놀이와 대북 타악기 연주로 시작되어, 한복의 성장으로 김일현과 백효리의 전통 부채춤과 화관무가 아름답게 선보였고, 멜로디경과 신윤주의 가야금과 해금의 전통 현악기와 김원미의 피리 관악기의 연주는 이쪽에서 익숙한 바이올린과 첼로 클라리넷과 섹서폰 등의 서양악기와 대조되는 독특한 동양적 음색과 곡조를 느끼게 했지요. 특히 산타클라라 노인봉사회 까투리무용단은 70대 노인분들로 구성되었다는데, 그분들의 화려한 한복차림과 “노들강변 춤”의 연기는 우아한 원숙미를 멋지게 보여주어 외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외국 청소년들이 주를 이룬 한스매스터아트의 태권도 시범과 잘 알려진 구르브와 이클립스 케이팝 댄스팀의 공연은 현지 젊은이들에게 공감의 흥을 신나게 돋구었고, 끝장의 한마당 강강술래는 모두가 동참하고 하나되는 어울림의 계기가 되었지요.

산승도 초대되어 관람에 동참하며 나름 심취되었던 부분은, 모든 공연이 다 좋았지만 특히 해금과 피리 소리에 공명을 느꼈습니다. 과거 케이드라마 사극의 배경음악 같은데서 들을 수 있었던 심금을 울리는 애절하고 낭랑한 해금과 깊이 산천에 울려퍼지는 피리 독주는, 현대 도시 한가운데에서의 온갖 빛과 소음들을 훤출히 초월하여, 적막한 산중에서 펼쳐지는 듯한 딴 세상의 정황을 일으키는 환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도회지에서의 큰 잔치를 끝내고, 이 백 여리를 떠나 깊은 산중에 이르러, 보름이 갓 지난 큰 달빛 아래, 구성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적막속에 되새겨지는 긴 여운은 몇 시간 전에 들은 해금과 피리소리였습니다. 특히 피리소리가 고요에 사무쳐 천녀의 너울처럼 그윽하게 저 허공에 여울져 가더군요.

산승은 평소에도 마음 속으로 인연따라 홀로 무형의 피리를 불고 홀로 듣기도 합니다. 선종에서는 이른바 ‘무공적(無孔笛) 몰현금(沒絃琴)’ 즉 구멍없는 대통 피리와 줄없는 거문고라는 상징을 통해 보통 개념의 악기가 아닌 격외(格外)의 기구로 영성적 차원의 경지를 표해왔습니다. 그로서 연주하는 재량은 물론 감상하는 수준을 나타내며, 고수(高手)의 연주와 지음(知音)의 소통을 가리키기도 하지요. 독자 여러분도 이 청량한 가을바람에 실려오는 고요한 피안의 향소리(香聲)를 듣고 세상소리를 보며(觀世音), 의젓하게 소 타고 피리불며 집으로 돌아가는(騎牛歸家) 자유인의 모습을 상상하고 평안을 누려 보시길! 마하반야바라밀!

관리자 23-09-08 09:28
 
 
 

Total 303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303 송구영신 (1) dowon 06-28 653
302 유알아이, 그대가 나일세! (1) dowon 12-21 1167
301 메모리얼 추상 (1) dowon 11-23 1218
300 무량일념25512 (1) dowon 11-07 1184
299 부처님 오신 달 (1) dowon 10-25 1235
298 워싱턴무량사에서 (1) dowon 10-11 1249
297 설 즐겁게 누리시길! (1) dowon 01-29 1463
296 새해 인사 올립니다 (1) dowon 01-01 1486
295 소설절 즈음 (1) dowon 11-23 1411
294 추석절 축원 (1) dowon 09-17 1840
293 한참만에 문안과 요청 올립니다! (1) dowon 08-19 1567
292 부처님 달에 (1) dowon 05-14 1607
291 송구영신 법고창신 (1) dowon 12-08 1803
290 좋은 11월 되기를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칼럼) (1) dowon 12-08 1664
289 한글날에 즈음하여 (1) dowon 10-07 1977
288 초가을 피리 소리 (1) dowon 09-08 1871
287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 보도 공유 (1) dowon 08-25 1831
286 가을 소식 (1) dowon 08-04 1625
285 비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 (1) dowon 07-09 1835
284 가얏고 율려 멋 (1) dowon 07-07 1797
283 여름 살림 마련 (1) dowon 06-02 1704
282 날마다 귀한날 (1) dowon 05-04 1813
281 지구의 날에 즈음하여 (1) dowon 04-07 1720
280 S.F.한국일보 초목칼럼 <고성통신> 2023.3월분 (1) dowon 03-03 1933
279 출가절에 즈음하여 (1) dowon 02-27 1894
278 프레지덴츠데이 맞는 생각 (1) dowon 02-21 1904
277 2월단상 (1) dowon 02-03 1809
276 새해의 다짐 (1) dowon 01-07 1801
275 성도절에 즈음하여 (1) dowon 12-31 1846
27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베삭절 성명서 (1) dowon 05-23 2135
273 워싱턴 베삭절 (1) dowon 05-23 2203
272 누리벗님들께 (1) dowon 04-03 2155
271 석존과 선열을 기리며 (1) dowon 03-04 2229
270 틱낫한 스님 입적 조의문 (1) dowon 01-26 2286
269 IBAA 소식 (1) dowon 01-14 2362
268 새해 벽두에 (1) dowon 01-07 2342
267 새해 세배 드립니다 (1) dowon 01-01 2099
266 동지절에 (1) dowon 12-23 2244
265 미국국제불교협회 (IBAA) 이사회 소식, 부이사장 (Vice Chairman… (1) dowon 12-07 2480
264 진월 운역(韻譯) <법구경> (1) dowon 11-19 2512
263 자연인의 해바라기 별누리기 (1) dowon 11-05 2360
262 <법구경: 깨침의 노래> 출판 고불식과 나눔 모임 (1) dowon 10-14 2812
261 시월 상달에 (1) dowon 10-08 2556
260 한글주간 소식 (1) dowon 10-04 2281
259 9.11. 유감 (1) dowon 09-12 2381
258 가을 생각 (1) dowon 09-03 2432
257 기후 환경과 건강 문제 (1) dowon 08-11 2484
256 가을의 문턱에서 (1) dowon 08-06 2528
255 7월 유감 (1) dowon 07-04 2440
254 BTN 고성선원 보도 (1) dowon 06-22 2585
253 유월 단상 (1) dowon 06-06 2635
252 문재인 대통령의 부처님오신날 메시지 (1) dowon 05-21 2408
251 천주교인의 부처님오신날 축하 (1) dowon 05-21 2853
250 지혜와 자비심의 불을 밝혀 봅시다 (1) dowon 05-07 2560
249 힘차게 살아가길 다짐해 보세 (1) dowon 04-02 2644
248 봄 비나리 (1) dowon 03-05 2826
247 문재인 대통령 3.1절 기념사 (1) dowon 03-01 2493
246 미풍을 유지하며 즐기시기를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 칼럼) (1) dowon 02-06 2659
245 2021 신축년 대통령 신년사 (1) dowon 01-12 2540
244 SF 한국일보 칼럼 <고성통신>21.1.7. (1) dowon 01-08 2499
243 새해의 문턱에서 (1) dowon 01-01 2549
242 SF 한국일보 칼럼 (1) dowon 10-02 4089
241 추석명절에 (1) dowon 10-01 2776
240 문재인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문 (1) dowon 09-23 2985
239 고성 선원 건재 (1) dowon 09-11 2883
238 고성 선원 산불 소식 (1) dowon 08-31 3084
237 광복회장 기념사 (1) dowon 08-16 2548
236 굉복절 기념 (1) dowon 08-16 2972
235 건전한 일상 꾸리기 (1) dowon 08-07 2909
234 시원함 들이기 (1) dowon 07-03 3553
233 경자년 하안거 시작 (1) dowon 06-07 2758
232 윤사월 초파일에 (1) dowon 05-31 2912
231 어버이님들 기림 주간에 (1) dowon 05-08 2822
230 부처님오신날에 (1) dowon 04-30 2743
229 4.19 기념 (1) dowon 04-20 2884
228 옥련화를 추모하며 (1) dowon 04-08 2881
227 4.3 추념사 (1) dowon 04-04 2863
226 사월을 맞으며 (1) dowon 04-03 2979
225 빌 게이츠의 제언 (1) dowon 03-26 2989
224 2021 사티워크숍 안내 (1) dowon 03-23 2957
223 코비드19를 인연하여 재가 봄철 안거를 해 봅시다 (1) dowon 03-19 2837
222 법정스님 입적10주기 (1) dowon 02-23 2778
221 입춘대길 만사형통 (1) dowon 02-14 2899
220 고성에 돌아와서 (1) dowon 02-14 2515
219 서울 입춘 (1) dowon 02-04 2706
218 국제베삭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for Day of Vesak, ICDV)… (1) dowon 02-01 4686
217 고성 귀환 (1) dowon 01-26 2530
216 붓다가야 수련회에서 (1) dowon 01-13 3328
215 새해에 즈음하여 (1) dowon 01-03 2819
214 적명스님을 추모하며 (1) dowon 12-29 2832
213 세모 황혼에 (1) dowon 12-06 2934
212 고성 설경 (1) dowon 11-28 2663
211 시월 보름달 밝더이다 (1) dowon 11-13 2790
210 조용히 갈무리하는 때를 맞으며 (1) dowon 11-08 2880
209 자연으로 돌아가는 때 (1) dowon 11-04 3488
208 유엔데이 (1) dowon 10-25 2943
207 샌프란시스코 한국주간 (2) dowon 10-06 2798
206 하늘이 열린날에 (1) dowon 10-03 2573
205 종로 대각사 (1) dowon 10-01 2782
204 태국 아유타야 MCU에서 (1) dowon 09-27 2763
 1  2  3  4